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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큼 압도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플랫폼으로서 가지는 입지는 큰 해자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야놀자는 분명 국내 1위 기업이지만, 그 존재감이 여러 기사가 다루었듯 경쟁 서비스 여기어때와 거의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그렇게 압도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여기어때는 PMS 사업을 하지 않기에 해당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충돌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야놀자가 압도적 1위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은 야놀자 플랫폼을 무기로 속된 말로 ‘목에 칼 들이 밀면서’ PMS를 깔게 하기 어렵게 합니다.
물론 설치 확장세의 지체를 야놀자가 압도적 1위가 아니라는 점 하나로 설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중소업체의 경우 PMS의 효용을 느끼기가 대형 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어렵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점유율 확장이 기대만큼 폭발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분명 우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시장에서 한 기업의 가치는 영업실적 x 멀티플로 계산됩니다. 지금까지 영업실적에 대한 말씀을 드렸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야놀자에게 가장 중요한 멀티플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야놀자가 10조의 밸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소 <시장 파괴적 기업의 본격적 마진 생성 직전 단계 시점의 멀티플>에 준하는 기대를 납득시켜야 합니다.
야놀자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야놀자의 가장 합리적인 비교 기업은 여행 기업입니다. 야놀자와일반 국내 기업 사이에는 유의미한 격차가 있으니 배제하고, 남은 글로벌 기업만 놓고 보면, Booking Holdings/Expedia/Trip.com을 나름의 peer group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EV/LTM EBITDA 기준 대략 14x 정도의 멀티플을 형성합니다.
이는 야놀자에게 절대 적용할 수 없습니다. LTM EBITDA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야놀자가 10조 밸류를 위해 받아야 할 멀티플은 130x에 육박합니다. 따라서 야놀자는 여행 기업을 peer group으로 활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제가 앞서 슈퍼앱 구축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하며” 추가적인 Equity story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까닭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야놀자가 회사의 Aspirational model인 클라우드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받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그러지 못합니다. Amazon과 Oracle의 EV/LTM EBITDA는 각각 18x/21x 수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야놀자에 비해 상술한 두 기업은 너무나 성숙한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동의합니다. 둘은 이미 완성된 기업이고, 클라우드만 하는 기업도 아닙니다. 이 반박을 바탕으로 좀 더 위험한 투자 대상을 peer group으로 선정했을 때, 제가 개인적으로 고른 비교 기업집단은 Airbnb와 Uber입니다. 만약 이 두 기업의 멀티플을 준거로 야놀자의 가치를 매기면 야놀자가 10조를 받을 수 있을까요?
여전히 모자랍니다. Airbnb와 Uber의 멀티플은 50x에 근접한 수준인데, 여전히 타겟 멀티플인 130x에는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야놀자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반박이 가능합니다. Airbnb와 Uber도 여전히 야놀자에 비해 너무 성숙한 기업이라는 것이죠.
그런 관점을 받아들여서 Airbnb와 Uber가 처음으로 LTM EBITDA를 생성한 시점의 멀티플을 찾아서 보았더니, 놀랍게도 목표 수준과 가장 근접한 결과(136.2x/104.0x)를 얻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여유가 거의 없이 빡빡한 결과이지만, 야놀자가 타겟 멀티플을 구성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할 여지를 찾았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정말 마지막 의문이 남습니다. ‘야놀자는 과연 그러한 기대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아쉽게도 저는 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야놀자는 정말로 글로벌 대상인 Airbnb와 Uber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질 TAM을 가지며, 그 둘만큼 혁신적이지도 않고 그 둘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은 더더욱 아닙니다.
또한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야놀자의 포지션은 한국에 앞서고 글로벌 선도 그룹에 뒤쳐진 위치입니다. 그 정도 기업에 Airbnb나 Uber의 이미지를 덧씌워 130x의 EV/EBITDA를 태우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야놀자는 스토리 면에서 쿠팡과 유사합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아주 새롭지는 않으나 상대적으로 지체된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그를 바탕으로 나스닥에 상장하는 그림, 아마 소프트뱅크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며 돈을 태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야놀자는 쿠팡에 비해 실질적인 presence 면에서도 부족한 애매한 국내 1위 기업이며, 쿠팡과 달리 Investment Highlight는 죄다 Inorganic하게 구성되었고, 타겟 밸류를 채우려면 쿠팡 수준의 hype로도 부족한데 안을 들여다보면 IPO 당시의 쿠팡보다 밸류에이션을 범핑할 여지는 부족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야놀자가 10조 IPO 얘기가 나오는 현재 비상장 시장에서 5조 수준의 시총을 형성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냉정한 시장의 평가인 셈입니다. 저는 사실 지금의 시총 5조에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아주 많이 들어간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갈무리하자면, 저는 야놀자의 10조 기업가치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으로 평가합니다. 따라서 제가 투자자라면 굳이 이 기업의 10조 IPO에 돈을 태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는 야놀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소프트뱅크가 처음에 밸류에이션을 잘못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조 가치가 되지 않는 기업에 10조 가치로 투자를 하니 수년이 지난 지금 와서 160/50 여성이 110사이즈 남성용 XL 박스티 모델로 나서려는 고생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물론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적고 보니 글이 다소 모진 감이 있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모쪼록 야놀자가 성공적인 IPO를 통해 기업으로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업 가치와 별개로 야놀자는 분명 여러모로 입지전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글로 찾아 뵈었습니다. 이 글을 접하신 모든 분들이 그간 잘 지내셨길 바라며,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야놀자의 10조 IPO_설득과 떼쓰기 사이
야놀자는 IPO 밸류로 10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그 간절한 소원을 들어줄지는 의문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 야놀자는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로부터 약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무려 17억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도 파격적인 투자입니다. 단적인 예시로, 과거 대다수의 국내 언론을 경악케 했던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 총액은 약 30억 달러이며, 마지막 투자 당시 인정했던 기업가치는 약 90억 달러였습니다.
야놀자와 쿠팡의 차이를 감안하면 소프트뱅크의 야놀자 투자가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가 잘 드러납니다.
쿠팡과 야놀자는 TAM의 크기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쿠팡의 TAM은 이론상 한국 대부분의 소비재 시장을 상당 부분 포괄하고, 이는 국내 소비재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짐에 따라 구체화됩니다.
온라인 침투율의 상승은 당시에도 그 속도가 문제지 그러한 트렌드의 발생 자체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독점이 어려운 것이었죠.
당시나 지금이나 쿠팡의 핵심적인 해자는 물류입니다. 물류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자본집약적인 산업에 속합니다. 때문에 쿠팡은 본격적인 독점을 위해 거대한 자본이 필요했고, 손정의 회장은 그에 30억 달러 투자로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김범석 대표는 그 신뢰에 압도적인 한국 1위 사업자로의 도약과 성공적인 IPO로 보답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야놀자를 보면, 야놀자의 TAM은 사실 쿠팡과 같은 선상에 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야놀자가 속한 여행/숙박 산업 관련 플랫폼 사업의 시장 크기도 절대 작지 않지만, 쿠팡과 비교하기는 부족합니다.
또한 숙박시장의 경우 2021년 당시 중소숙박업체 매출의 64%가 모바일 앱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당시 50% 수준의 온라인 침투율을 보였던 유통시장에 비해 숙박시장이 이미 온라인 침투 면에서 더 많은 진전을 이룬 상태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성장의 안정성 면에서는 좋은 신호이나 TAM 면에서는 현재의 숫자가 이미 상당 부분 upside를 소진했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시 전체 숙박앱 가입 업체 중 92%가 야놀자에 이미 가입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2021년에 소프트뱅크가 야놀자에 투자하며 매긴 기업가치는 당시에도 누가 봐도 공격적인 수준으로, 절대 이 기업이 지금껏 보여준 모습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숫자였습니다. 즉 그들은 야놀자의 미래, 지금껏 야놀자가 말하고 증명한 것 이상의 무엇을 보고 1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해준 것이죠.
그러나 말씀드렸듯이 2021년 투자 당시 야놀자는 비전펀드 선배인 쿠팡에 비해 이론적인 TAM도 작고, 시장의 온라인 성숙도도 높은데 점유율 면에서도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른 상태였습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의 야놀자 투자는 더더욱 파격적인, 아주 고난이도의 투자로 보입니다. 시각을 바꾸어 말하면, 야놀자는 투자 유치와 동시에 어떻게든 훌륭한 Equity story를 구축함으로써 추후 IPO를 통해 투자자에 이익을 제공할 막중한 의무를 받았습니다. 과연 야놀자는 그 임무를 잘 완수했을까요?
야놀자가 택한 길은 인터파크 인수와 클라우드 시장 진출이었습니다. 먼저 인터파크 인수에 대해서는 특별히 코멘트할 것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프트뱅크에 그만큼의 자본을 받았으면서 본래 사업 관련 슈퍼앱 체제 구축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인터파크를 손질하는 데에도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해당 인수는 현재 회사의 재무제표에 나쁘지 않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행 슈퍼앱이 되는 것은 대단히 멋진 일입니다. 다만 이는 상술했듯 이미 10조 밸류를 받는 순간 기본적으로 Equity story에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야놀자 IPO의 키는 지금 이 기업이 명운을 걸고 있는 신사업- 클라우드라고 봐야 합니다.
클라우드 시장에의 진출이 정답이었는지는 훗날 역사가 판단할 문제입니다만, 당시 회사가 완전히 새롭고 멋지게 들리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습니다. 야놀자가 10조의 기업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 플랫폼 + 테크 기업의 딱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속된 말로 모텔 대실하는 기업이라는 포장지로 10조 기업가치를 채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만큼 10조 원이 갖는 무게는 무겁습니다.
투자 유치 이후 야놀자는 소프트뱅크가 수혈한 거대 자본을 무기로 여러 기업을 인수하면서 완전히 inorganic한 방식으로 단기간에 회사에 호텔 PMS 기업,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러한 노력은 지난 2023년 클라우드 매출 비중이 20%를 넘기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다만 여기서 나오는 문제는 이것입니다. ‘이걸로 충분한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1>야놀자의 호텔 PMS 시장 내 존재감은 단순히 숫자가 주는 인상보다 미약합니다. 야놀자의 호텔 PMS 사업은 여러 차례의 인수를 통해 모은 산하 기업이 모여 만드는 SOTP(Sum-of-the-parts) 형태입니다. 따라서 호텔 PMS 시장의 1위 기업 오라클처럼 하나로 응집되어 presence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하나로 모아서 보면 점유율이 꽤 유의미해 보일 수 있어도, 실제로 시장에서 갖는 존재감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또한 야놀자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호소할 수 있는 까닭에는 2023년에 인수한 기업 GGT(Go Global Travel)의 존재가 큽니다. 2023년 기준 야놀자의 해외 매출의 상당부분은 GGT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GGT는 나름대로 글로벌 기업이 맞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그렇게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이 대단한 기업은 아닙니다. 이 점과 야놀자의 해외 매출 비중이 11%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야놀자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존재감이 많이 미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냉정하게 야놀자는 아직 내수기업입니다.
그러나 비록 지금이 미약하더라도 훗날이 창대하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확장성이 됩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도 야놀자는 명쾌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2>호텔 PMS 시장의 특성상 성장의 업사이드에 제한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호텔 PMS 시장은 상당히 파편화된 시장입니다. 특정 업체가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야놀자에 기회로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호텔 PMS 시장은 Marriott 등 대형 호텔 체인 대상 시장과 중소 숙박업체 대상 시장으로 완전히 양분되어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 시장의 꿀통은 대형 호텔 체인 대상 시장입니다. 그들은 객실 수가 많아 기본 매출 사이즈가 크고, 전환 비용이 높은 제품 특성상 한번 잡으면 Captive한 우량 고객으로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시장을 소수의 선도기업, 특히 오라클이 완전히 선점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대형 체인은 오라클의 OPERA PMS에 적응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야놀자와 GGT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비좁습니다. 따라서 야놀자는 반강제적으로 중소 업체 대상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소 업체 대상 PMS 시장의 단점은 가뜩이나 평균 객실 수도 적은데 대형 체인 대상 시장과 달리 엄청나게 파편화되어 있어 경쟁이 아주 치열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PMS는 차별화에 아주 용이한 상품도 아닙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으며, 때문에 장사를 해도 맛이 떨어집니다. 이것이 중소 대상 PMS가 야놀자의 Equity story를 완성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마지막 문제점은 <3>야놀자 PMS의 설치 확장세가 생각보다 더디다는 점입니다. 야놀자클라우드의 작년 실적을 보면, 설치 누적에 따른 판매수수료 수입은 유의미하게(51.6%) 늘었으나 실제 점유율 확장세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상품/설계/용역 매출은 상대적으로 부진(6.6%/2.5%/-67.3%) 했습니다.
이 문제에는 플랫폼이 국내에서 갖는 존재감이
그러나 이번 민 대표의 문제 제기는 멀티 레이블을 구성하는 레이블이 생각보다 시스템 구성원으로의 정체성보다 개별 entity의 정체성이 더 강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법적으로는 당연히 개별 entity입니다. 그게 지금까지는 어떻게 잘 묻어가듯 문제가 없는 분위기였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일을 계기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생각만큼 깔끔하지 않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은 <3>하이브의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이 여러모로 기대보다 훨씬 부실함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민희진 대표 관련한 일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약서를 더 꼼꼼이 써서든, 이사회를 장악해서든, 애초에 민희진 대표에게 더 큰 지분을 안겨줘서든, 이번 사태는 미연에 방지가 가능했던 불상사였습니다. 따라서 일단 이 사건이 터진 것 자체가 하이브의 역량이 기대보다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하이브의 사후 대처입니다. 하이브는 여론전을 하는 데에 있어 마타도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듯 보이는데, 정녕 이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습니다. 갈등이 생기자 제대로 된 프로세스도, 정확한 물증도 없이 일단 자극적인 흑색선전부터 내보내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는 이게 정녕 한국 1위 엔터기업의 수준인가, 하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제가 민희진 대표를 상당히 옹호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민희진 대표가 무고한 피해자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녀가 지금 보인 일련의 행보는 상당부분 자본 윤리를 위반하며, 일부는 아주 악의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환호한 그녀의 화끈한 기자회견 역시 컨텐츠는 좋았으나 상당 부분 연출된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녀가 당연하지만 많은 대중이 보는 것처럼 그렇게 막연하게 순진한 인물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내놓은 작심비판은 모두 유의미했습니다. 하나같이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민 대표의 아티스트적/산업적 역량에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듣던 대로 인물은 인물이었습니다.
이번 일은 절대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단 민 대표는 절대 이사회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하이브는 임시 주총을 열어 민 대표를 해임하고자 할 텐데, 그를 통해 민 대표를 해임하는 과정에만 몇 달이 걸립니다. 그렇게 해임을 하면, 민희진 대표는 해당 해임 건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의 소를 포함하여 베일에 가려진 계약서 상 옵션들에 대해서도 법적 타당성을 따지려 들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일이 늘어나다 보면 모든 과정이 종료되기까지 기나긴 법정 싸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방시혁 의장이 레이블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하이브의 책임자를 해임하고 민희진 대표와 서로 양보하여 좋은 합의점을 찾기를 기대합니다. 그게 민희진이라는 1조 이상 가치를 지닌 재능을 잃고 그녀와의 기나긴 법정싸움으로 대중의 피로감을 쌓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책임자에게는 미안할 수 있지만, 조조도 그렇게 왕후의 목을 베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고, 실제로 이렇게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대형 사건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엔터 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뉴진스의 봄_가능성과 시사점
지금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는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입니다. 어도어의 모회사 하이브가 민 대표의 경영권 침탈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된 이른바 ‘민희진 사가’는 시작부터 대단히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고, 그녀가 지난 4월 25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미디어 역사에 남을 2시간의 열변을 토한 이후로는 세간의 모든 이목이 어도어 사옥을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이고, 눈 여겨 볼 가치가 있는 사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이번 민희진 사가를 흥미롭게 지켜본 입장에서 느낀 바를 간단히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의문인 ‘과연 민희진은 어도어를 하이브로부터 탈취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저의 의견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입니다. 일단 직관적으로 하이브와 민희진 측의 지분율이 각 80%와 20%로 너무 차이가 크긴 하지만,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분석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지분율이 20%에 불과한 민 대표가 쿠데타를 성공할 수 있는 케이스는 사실상 (1)뉴진스를 데리고 나와서 회사 차리기 (2)제3자 배정 증자로 하이브 지분을 녹여버리기의 두 옵션이 유이합니다.
먼저 (1)전자의 경우, 하이브와 어도어의 실무진이 뉴진스 멤버들과 민희진 대표와 계약할 당시 단체로 엑스터시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가능할 리가 없는 옵션입니다. 뉴진스는 금일 기준 데뷔한지 고작 647일이 지난 신인 걸그룹입니다. 신인 계약이 일반적으로 7년 여를 맴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 시점에서 뉴진스 멤버들을 어도어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뉴진스 멤버들과 민 대표 모두의 계약에 위약 시 동종 활동 금지의 조항이 들어갈 가능성이 10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첫번째 경우의 수는 사실 고려할 가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두번째 옵션인 (2)제3자 배정 증자만이 민희진 대표에게 주어진 패인 셈인데, 이 부분도 법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상법418조는 주주가 가진 주식에 따라서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를 보장합니다. 예외가 되는 것은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서” “회사의 경영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입니다. 일단 여기서 대부분의 경우의 수가 무효화됩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예외를 생각해본다면, 민희진 대표가 (1)정관을 개정하고 (2)부득이한 경영상의 필요에 대한 법률적 논리를 마련한 경우가 있겠습니다. (1)정관 개정의 경우 총사원의 2/3가 동의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니 가능할 ‘수도’ 있고, (2)법률적 논리 마련 역시 거의 불가능해 보이지만 일단 가능하다고 넘어가 봅니다. 재차 말씀드리지만 이 시점에서 이미 99.9%의 가능성이 소멸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이사회에서 제3자 배정 신주발행에 성공했다고 가정한다면, 민희진 대표의 쿠데타는 이제 9부 능선을 넘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하이브는 즉각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주발행의 무효는 신주 발행일로부터 6월 내에 소만으로 주장이 가능합니다. 당연하지만, 주주는 경영 상의 법률적 이해관계를 가집니다. 따라서 법률적 다툼이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거의 100% 하이브가 이깁니다. 상법 제424조는 신주발행유지청구의 요건으로 “현저하게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주식의 발행”을 유지청구의 조건으로 언급합니다. 따라서 민 대표가 증자를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법적으로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법률적으로 패배가 확실한 싸움에 기사에 언급된 GIC나 PIF가 돈을 넣을 까닭은 전혀 없습니다. 자유인 민희진이 엔터를 차린다고 하면 그들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그런 경우가 아니기에 애초에 하이브의 막대한 지분을 녹일 증자 자본을 끌어들일 유인도 전무합니다. 따라서 민희진 대표의 쿠데타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물론 매각의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하이브가 정말 정신 나가지 않는 이상 할 일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민희진 대표가 정말 쿠데타를 원했다고 믿으려면 단 한 가지 경우만 남습니다. 그건 민희진 대표가 정말 극단적으로 자본 논리와 법률 논리에 무지한 경우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그녀가 극단적으로 멍청한 경우입니다. 저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민 대표 본인도 상당히 명석하고, 그 주위 모든 회계사/변호사가 부정행위로 라이선스를 얻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니 말입니다. 따라서 저는 민희진 대표가 쿠데타를 도모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녀와 하이브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계기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노골적인 표절이었을 수도 있고,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대표 사이의 신경전이었을 수도 있고,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갈등이었을 수도 있고, 언급한 셋 모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할까요? 저는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작금의 사태가 시사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총 세 가지 시사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이번 민희진 사가는 <1>이사회 장악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례입니다. 원래 하이브는 이경준CFO 등 하이브 측 인물을 어도어 이사회에 앉혀 놓았으나, 작년 신뢰의 명목 하에 어도어 이사회에서 발을 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하이브 측에 최악의 수로 작용했습니다. 이사회가 손에서 빠져나가고 깜깜이가 되자 지분을 80%나 들고 있는데도 불구자 회사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신뢰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항상 상대방이 뒤통수를 칠 위험에 대한 방지책은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여기서 의리나 도의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은 아마추어의 태도입니다. 이번 일은 그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번 일은 엔터 업계의 고유의 리스크인 <2>loyalty risk가 나타난 사례입니다. 엔터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 산업이 기본적으로 시스템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회사의 core operating asset이 그 회사의 시스템이 아니라 길게는 7년, 짧게는 3년만 묶여 있는 몇몇 개인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정 회사의 핵심 영업 자산이 30년 리스도 아니고 3년 단기 렌탈이라면, 게다가 성공할수록 렌탈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라면, 그 회사는 멀티플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브의 특유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그를 상쇄할 최선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지금의 하이브를 있게 한 것은 단연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입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하이브의 대표적인 Investment Highlight으로 손꼽혔던 것은 하이브 특유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영입하되 그들에게 미리 독립권을 주고 그것을 홀딩스 구조로 소유하자.’ 하이브는 이러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통해 회사의 핵심 영업 자산을 시스템 그 자체로 규정할 수 있게 하는 근거로 작용했고, 수년 간 뛰어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이번 민희진 사태는 그것의 불완전함을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까지 드러냈습니다. 불완전함의 경우 이번 사건의 발발 그 자체로 설명되는 바이니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제가 언급한 구조적 결함이란, 민 대표가 언급한 표절(plagiarism)의 이슈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을 통해 뉴진스의 특성을 레퍼런스 삼아 신규 걸그룹을 런칭한 것은 유니클로나 자라가 히트 상품을 참고하여 신규 상품을 제작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저 시스템에 쌓인 자산을 활용했을 뿐입니다. 사실 르세라핌 등 다른 아이돌 그룹에게도 그런 레퍼런스의 향기는 항상 난다는 점에서, 이번 민 대표의 반응을 너무 과민하다고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나은 것은 대형 PE입니다. LP의 Risk Appetite가 떨어진 만큼 두터운 트랙 레코드를 보유한 대형 PE에 대한 LP들의 선호가 증가해 전체 시장 쇠퇴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체 APAC 시장에서 투자를 집행한 펀드의 숫자는 25% 감소했지만, 전체 딜 밸류에서 상위 20개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1%에서 47%로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대형 PE도 말 그대로 ‘그나마’ 나을 뿐 그들도 펀드레이징에서 적잖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3월 25일 인베스트조선의 기사에 따르면 APAC지역에서 칼라일/TPG/어피니티/앵커 등의 대형 글로벌 PE도 펀딩에 고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대형PE에게 유리한 환경입니다. 쌓아놓은 드라이파우더로 세컨더리로 나온 눈물의 땡처리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도 있고, 기존에 크레딧/인프라/Special Situation 투자 팀을 구축해놓은 상태라면 펀드 전체 차원에서는 포트폴리오 효과로 큰 타격을 면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중소PE에게는 다소 가혹한 환경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섹터 별 전망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당장 가장 큰 시련을 맞은 섹터는 Growth Equity일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플이 떨어지면 소위 오퍼레이션을 통한 실적 개선으로 기업가치를 견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아무래도 Control의 획득 유무가 중요하게 작용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는 Growth에는 분명 불리한 변화입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 지금은 벤처투자부터 Growth까지 모험자본 전반에 대한 Appetite가 하락한 상태인데, 잭팟의 성격이 뚜렷한 벤처와 다르게 상대적으로 중간자의 위치를 가진 Growth의 경우 어느 쪽의 수요도 충족하지 못하고 시장의 외면을 받을 위험이 높습니다. 여러모로 평소보다 더욱 정교한 투자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음으로 바이아웃 시장을 바라보면, 지금 가장 전략적으로 가치가 높은 매물은 비상장 + 펀더멘탈 좋음 + Control 획득이 가능한 매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제 머릿속에는 Carve-out 매물이 떠오릅니다. 욕심 많고 세상 물정 아직 잘 모르는 대기업 3-4세들의 캘린더가 곧 골프약속, 저녁약속으로 빡빡하게 채워질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1-2천억 정도 규모의 비상장 중소기업의 인수도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은 value creation에 집중해서 매물을 가다듬은 뒤 향후 경기가 호황기로 회복하는 시점에 돈을 회수하는 시나리오는 IRR 관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대형 상장사에 대한 Special situation 전략을 쓰기에도 괜찮은 환경으로 보입니다. 주가도 많이 하락했을 것이고, 드라이파우더가 많이 남은 펀드의 경우 애매한 매물 몇 개 소수지분으로 건드리는 것보다 이럴 때 알짜 대형 매물 하나를 잘 들이는 것이 IRR 관점에서나 펀드레이징 관점에서나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상술한 여러 섹터와 달리, 크레딧은 지금이 소위 최고의 ‘꿀통’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요소가 지금 크레딧 시장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크레딧은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입니다. 이미 많이 올라간 금리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향후 금리가 급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에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크레딧에게 유리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급전이 필요한 기업이 늡니다. 이미 금리가 많이 높아진 지금, 한국 및 아태지역은 위기 기업을 대상으로 Vulture Investment 전략을 펴기 최적의 환경입니다. 최근에 KKR이 태영 그룹을 대상으로 완벽한 사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태영그룹 골수의 주인은 KKR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양질의 크레딧 매물이 많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굳이 Vulture 전략이 아니더라도, SK 그룹 등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부채전략을 사용한 대형 그룹의 척수에 굵은 빨대 하나 꼽을 기회 정도는 잘 찾아보면 아직 꽤 남아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인프라의 경우에도 APAC에 국한해서 보면 여전히 매력적인 섹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글로벌로 보면 지난 1년 동안 꽤 큰 침체를 겪었지만, APAC의 경우 아직 인프라가 최근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 전체 대체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합니다.
또한 인프라의 경우 APAC이 북미/유럽에 비해 아직 더 많은 개발의 여지를 갖고 있으며, 인프라계의 메가캡인 중국/인도/중동산유국 등의 존재나 여전히 존재하는 ESG 정책 등은 훈풍이 멸종한 지금 시기 인프라 섹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줍니다.
이번에 글을 준비하면서 PE가 시장의 거시적 변화에 대비하여 한 펀드 내에 다양한 투자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런 상황이 오기 전부터 Credit이나 Special situation 팀을 미리 셋업해놨던 몇몇 메가 pe들의 움직임이 새삼 매섭고 기민했음을 느낍니다.
반면 중소 PE 관점에서는 결과적으로 지난 호황기에 펀드의 규모를 충분히 키워 놓았는 지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기존에 쌓아둔 체급이 큰 펀드의 경우, 다양한 전략을 통해 지금의 시장에도 여러 기회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소PE의 경우 아무래도 그렇게 하는 데에 더 큰 재정적 제약이 발생합니다. 보통 이럴 때는 어떻게든 괜찮은 PF를 꾸려서 상황을 타개하는 길을 모색할 텐데, 건설업PF를 중심으로 PF에 대한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이 이중고로 작용하는 듯 보입니다.
지난 역사적 호황기에 대형 펀딩의 성패는 아마 대부분이 한끝 차이, 혹은 시점의 얄궂은 어긋남으로 갈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바로 그 차이로 혈관이 막힌 PF 대신 블라인드펀드의 활용을 시도할 수 있는 지의 여부가 갈렸을 거라 생각하니 섬뜩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런 시기에도 그 한끝의 패자에게도 역전의 실마리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모두에게 힘든 시장입니다. 그러나, 인류의 모든 역사가 언제나 으레 그랬듯 플레이어들은 답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들이 제시할 놀라운 해법을 기대하며, 이만 이번 분기 마지막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PAC PE 시장_ 2024년 지금 봄은 누구에게 오고 있는가?
금일부로 2024년의 첫 분기가 지나갔습니다. 어느새 일년의 삼분의 일이 끝난 건데요. 연초부터 자금 확충을 위해 열심히 펀드레이징 캠페인을 돌았던 APAC 지역 사모펀드 시장에는 일본을 제외하면 아직 봄이 제대로 제 얼굴을 비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은 언제쯤 봄날의 화사한 햇살과 인사할 수 있을까요?
전반적으로 글로벌 PE 시장의 경기는 모두 울적합니다. 베인의 최신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난 일년 간 전세계 PE 산업은 딜 밸류 면에서 37%, 엑싯 밸류 면에서 44%, Closed fund의 숫자 면에서 38%의 하락을 겪었습니다. 엑싯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회사의 밸류도 3.2조 달러로, 역대 최고를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펀드레이징에 국한해서 따진다면, 물론 역시 전반적으로 불황입니다. 다만 침체가 상대적으로 보면 아주 극심하지는 않았습니다. 2023년 기준 전체 Private Capital의 펀드레이징은 출처에 따라 17-20% 정도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개중에는 인프라(-56%), 벤처캐피탈(-56%), 부동산(-31%), Growth capital(-30%) 등 막대한 타격을 입은 섹터도 있지만,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는 Distressed PE(-14%)의 경우 꽤 선방했고, Buyout(+18%) 역시 의외의 반등을 보였으며, 현 상황에 딱 맞는 상품 중 하나인 Secondaries의 경우에는 무려 92%의 압도적 성장을 보였습니다.
사실 APAC지역은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선방한 케이스입니다. 전체 글로벌 펀드레이징이 17-20% 하락한 반면 APAC지역의 펀드레이징 규모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9%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물론 APAC지역의 경기 역시 엄밀히 따지면 분명히 불황입니다. 펀드레이징 규모/투자 집행/엑싯/closed fund 모두 5년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PAC지역은 하나로 묶어 전체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KKR의 Head of Asia Credit인 Brian Dillard가 KKR Insights에서 밝힌 말을 빌리자면, “APAC지역은 워낙 국가 별 개성이 강해서 “One Asia”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펀드레이징 경기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중국 시장의 펀드레이징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극대화된 불확실성 리스크로 인해 37%의 큰 하락을 보인 반면, 일본의 경우 증시 랠리 및 여러 훈풍에 힘입어 펀드레이징이 전년 대비 무려 80%나 증가한 대단한 호황을 거뒀습니다.
일본 지역 펀드가 이러한 호황을 누린 요인은 앞서 몇몇 글로 말씀드렸던 (1)엔저를 통한 환차익 + (2)상속대체(Succession alternatives) 수요 + (3)각 기업의 탄탄한 펀더멘탈 + (4)국가 차원의 자본시장 지원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굳이 하나 더하자면, 전기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도요타나 AI 시대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 여러 반도체 기업을 통해 일본이라는 시장이 (5)중국 시장에 대한 Appetite 쇠락을 대체하는 새로운 Growth market으로 주목받은 것이 더해질 수 있겠습니다. 하나만 있어도 좋은 훈풍이 다섯 개나 부는 덕택에 KKR/Bain Capital 등의 메가 펀드가 일본에 떼거지에 몰려들었고, 이는 당연히 시장 전반의 활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일본 시장에도 자본시장이 싫어할 요소는 꽤 많이 있습니다. 우선 일본 시장은 (1)특유의 언어적/문화적 폐쇄성으로 인해 일본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고, (2)소위 말하는 거미줄/문어발 식으로 엉망진창이 된 거버넌스가 흔하며 (3)지금 일본이 혜택을 입고 있는 환이나 정책 등의 요소가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른다는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관점에서 보면 APAC 지역 전체가 해당 리스크를 공유하기에, 그러한 위험의 존재에도 일본이 현 시점 APAC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시장의 펀드레이징 경기가 생각보다 덜 침체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한국 펀드레이징 시장이 지난 한 해 기록한 18%의 감소는, 일본을 제외한 다른 APAC지역 경기보다 훨씬 양호한 수준입니다.
일본을 제외한 모든 APAC지역의 펀드 레이징 난이도가 크게 올라간 상황에서 펀드레이징을 잘 하려면 일단 엑싯을 해서 어떻게든 귀한 LP 님들에게 돈을 좀 돌려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다들 마음 같아서는 적절한 가격에 타협해서 일단 좀 엑싯을 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APAC지역 PE는 포트폴리오 기업 중 52%의 엑싯을 시도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생각보다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하락했습니다.
2018년부터 2022년을 아우르는 5년 동안 APAC지역 PE-backed transaction의 median EV/EBITDA의 최저/최고/평균 값은 각 10.2x/14.8x/12.9x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같은 통계의 2023년 값은 10.1x에 불과합니다. 이는 5년 평균 대비 21%, 전년 대비 32%가량 하락한 수준입니다.
자본시장 불경기에 사모펀드의 파트너가 하는 인터뷰를 보면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멀티플이 낮아진 빈티지의 IRR이 더 좋다. 따라서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해로 보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단순히 산수를 해봐도, 전체적으로 매수 멀티플이 떨어진 시점에서 매수를 할 수 있다면 이는 당연히 IRR 관점에서는 매수하기에 평소보다 유리한 시점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LP에게 새로 돈을 요청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의 가치도 굳건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LP들에게 지난 시기의 성과를 DPI(Distribution to Paid-in Capital), 다시 말해 실제 돈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불황기에 멀티플이 낮아지면 엑싯 관점에서는 세컨더리부터 IPO까지 다 쓴맛이라 영 좋지가 못합니다. 실제로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PE의 딜 무산 이유 중 40% 이상이 Valuation mismatch였습니다. 따라서 여러모로 불황기 펀드레이징은 난이도가 높습니다. 돈을 회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엑싯이 밀리는 것이 PE 입장에서 특히 곤혹스러운 이유는, 지난 시기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일정 기간 이후부터는 보유 기간과 IRR이 반비례하는 경향성이 세계 자본시장 전반에 꽤 분명하게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PE 바이아웃 시장의 3년 미만/3-5년/5-7년/6년 이상 보유시 median IRR은 각 17%/27%/18%/14%로, 보유 기간 5년이 지났을 때 IRR이 약화하는 추세를 꽤 분명하게 나타냅니다. APAC지역의 수치 역시 각 18%/18%/15%/10%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적어도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지난 2020년-2021년 인수시장 호황 시기의 매물의 신선유통기한이 지금부터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 남았음을 의미하고, 동시에 멀티플이 좋지 못한 지금이 하필 얄궂게도 통계적으로 보면 팔기 딱 좋은 시점임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엑싯이 지체되고 금리가 올라가는 작금의 환경은 바이아웃 등의 非크레딧 PE 투자가 대체 투자 시장에서 갖는 지위를 떨어뜨렸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denominator effect의 부재입니다. 지난 증시 침체기에 많은 언론이 증시가 하락하면서 LP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PE가 결과적으로 overallocated되었다는 부분을 거론하며 향후 증시가 회복되면 펀드레이징의 불황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S&P가 5,200을 뚫은 지금 시점에도 그 은혜로운 후광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PE시장에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높은 부채비율은 일본에게 기습적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가 몰락의 도미노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그 부분에 대해 극단적으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일본의 저금리 환경이 더더욱 매력적인 요인입니다.
다음으로 꼽을 만한 요인은 [C-2]중국 시장의 매력 저하입니다.
최근 중국 시장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원래부터 중국 시장은 불투명성 등의 리스크를 안고도 성장에 베팅하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 미국의 직접적인 갈등, 중국 당국의 여러 反시장적인 정책, 헝다를 필두로 한 자산시장의 위기 등이 겹치자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에서 이탈했습니다. 그 결과로 Hang Seng Index는 지난 1년 동안 19.3%나 하락했습니다.
중국에서 떠나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일본은 상술한 다양한 요인으로 아주 큰 메리트가 있는 투자처였습니다. 자연스레 많은 돈이 몰렸고, 증시의 활황에 기름을 부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시장 외부 요인은 [C-3]주식 투자 문화의 부흥입니다.
일본은 상술한 100주 주문 등의 문화적 지체로 인해 주식 투자의 장벽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게다가 버블 붕괴의 경험 탓에 돈이 있는 개인도 현금을 주식으로 운용하기보다는 현금 그 자체로 쌓아놓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비과세 주식계좌 ‘NISA’ 개혁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노력과 주식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높아진 관심 덕택에 현재 일본 주식의 접근성은 과거 대비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는 평가입니다.
거기에 주가 랠리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최근 일본의 주식 투자 문화는 코로나 시기 한국의 개미 열풍처럼 상당히 달아오른 상태입니다. 이는 시장에 기존에 60% 수준의 점유율을 가졌던 외국 자본에 더해 국내 자본이 적극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함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지금의 활황에 상당 부분 기여했습니다.
이번에 일본 증시의 랠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지난 2022년 10월 일본이 사모펀드에게 황금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쓴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글을 위해 Bain Capital이나 BPEA 임직원의 인터뷰를 다수 참고했는데, 당시의 시기가 일본 투자가 환 차익 관점에서 주목이 쏠리던 시점이었음에도 그들 모두가 환율보다 일본의 경제적/정책적 기반, 기업의 역량에서 나오는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우선적으로 주목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인터뷰에서 100% 솔직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당시 엔화가 제공했던 메리트는 최고의 투자 근거가 되기에 차고 넘치는 수준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그들의 선택이 꽤나 옳았음을 확인하니 으레 말하는 ‘고수’의 시선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을 향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영역이 어디이든, 무엇이 도화선에 불을 붙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폭발의 연료가 되는 것은 긴 시간동안 쌓아온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인 것 같다는 얕은 단상으로 이만 글을 마칩니다.
일본 증시의 미친 랠리_연료와 점화
일본 증시가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 주식 시장은 명백하게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입니다. 좋은 의미에서 폭발적인데요. 무엇이 그 폭발의 연료가 되었고, 무엇이 그에 불을 붙였을까요?
지금 일본 증시는 미쳤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Nikkei 225는 2024년 YTD로 19.3%, 1Y 기준 42.9%가 올랐고, TOPIX도 YTD 14.5%, 1Y 34.2%가 올랐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절대적으로 보아도 놀랍지만, 같은 기간 미국의 S&P 500(YTD 7.7%, 1Y 27.0%), 유럽의 STOXX(YTD 3.9%, 1Y 7.2%)가 보인 성과를 생각하면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이들에게 어떤 강렬한 기시감을 전달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아주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일본에겐 사실 이보다 훨씬, 비교도 안 되게 화끈한 한때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80년대, 소위 ‘버블 시대’입니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불패 신화가 이어지던 시절,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한 전술로 자산 시장에 성냥불을 붙이자 극단적인 FOMO의 질주가 시작되었습니다. 한때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 합이 전체 세계 주식 시장의 가치 중 37%를 차지했고, 버블의 절정에 가까웠던 1988년에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50대 기업에 무려 33개의 일본 기업이 속했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의 NTT가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화려한 케이크 위 인형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광란들이 역사적으로 으레 그러했듯, 그 끝은 좋지 못한 것을 넘어 처참했습니다. 거품의 절정이었던 1989년, 그 마지막 거래일에 그 정점을 찍었던 일본의 주식은 그 후 80%가 넘는 극적인 추락과 함께 긴 침체를 겪어야 했습니다.
최근 일본 증시의 열풍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모두가 그 정오를 기억하는 나라가 기나긴 밤을 보낸 뒤 드디어 새로운 여명의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감동적인 일이죠. 그런데 무엇이 그 여명의 모멘텀을 생성했을까요? 저는 [A]한 가지의 단기적 시장 요인과 [B]네 가지 기업 내부적 요인, [C]세 가지의 시장 외 요인을 꼽고 싶습니다.
우선 단기적인 요인부터 짚고 넘어가면, [A-1]엔비디아 주식의 폭등이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꼽힙니다.
지금 엔비디아는 세계 증시의 기둥이고, 그 CEO 젠슨 황은 시장의 메시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단순 우스갯소리는 아닌 것이, 실제로 그렇습니다.
현재 엔비디아는 시총 1.94조 ‘달러’ 규모의 고질라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 괴수 기업은 AI를 중심으로 한 시대 변화의 주인으로 인정받은 뒤 YTD 66.2%, 1Y 244.4%, 3개월 기준 75.9%(!)의 가히 괴이한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이러한 역사적 랠리는 수많은 수혜주를 생산했습니다. 그 순풍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은 단연 엔비디아의 뿌리이자 내러티브인 ‘AI 중심 미래’와의 연관성이 높은 기업들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 증시의 최고 행운이자 최고 호재는, 그 직접적 주가 수혜의 주인공이 일본 증시에 다수 상장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는 Tokyo Electron, Advanest Corp, Softbank를 꼽을 수 있는데, 언급한 기업 모두 YTD 기준 40%를 웃도는 주가 상승을 거두며 최근 일본 증시 랠리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일본 엔비디아 관련주의 랠리를 단순히 젠슨 황의 은총으로 보는 것에는 어폐가 있습니다. 일본 반도체 주식의 성과의 배경에는 반도체에 국가 명운을 베팅한 정부 차원의 정책과 기업의 우수한 역량이 있습니다. 비슷한 논리로 이번 일본 증시의 랠리를 단순히 엔비디아 랠리, 반도체 랠리로만 해석하는 것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이번 일본 증시의 열풍은 그 [B]뿌리가 꽤나 탄탄합니다.
먼저 일본 증시는 [B-1] 실적 면에서 대단히 우수합니다. EPS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일본 TOPIX의 EPS는 2021년을 기점으로 S&P500과 STOXX600을 앞서기 시작하다 2023년부터는 그 차이를 더 크게 벌렸습니다.
일본 기업의 역량이야 예전부터 꾸준히 칭찬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거기에 더해 시대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하는 능력까지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입니다. 하이브리드 차종을 기반으로 예년 대비 2배 가까이 되는 매출을 거둔 도요타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주가는 이익의 함수”라는 피터 린치의 유명한 격언이 있듯, 일본 기업이 보이는 높은 EPS는 이번 랠리를 단순히 단기적인 거품으로 보기 어렵게 하는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일본 증시에게 높은 EPS만큼 강력한 무기는 [B-2]상대적으로 착한 밸류에이션입니다.
근래 일본 Nikkei는 상술했듯 대단한 상승 기류 위에 올라있지만, 현재 그에 속한 기업 중 37%는 여전히 그 장부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느끼기에도 상당히 높은 비중이지만, 미국의 S&P 500과 유럽의 STOXX 600의 경우 그 비중이 각 3%, 20%에 그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Nikkei의 많은 기업은 그 EPS와 뛰어난 재정건전성에 비해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P/E로 관점을 전환해도 그 결과는 여전합니다. 3월 1일 기준 Nikkei 225의 P/E는 대략 18 정도인데, S&P 500이 32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P/E 관점에서도 일본 증시는 그 경쟁력이 상당합니다. 여담으로, 버블의 정점이었던 1989년 Nikkei의 P/E는 62였습니다.
또한 [B-3] 재정건전성 관점에서도 일본의 기업은 대체로 우수한 점수를 받습니다. 이는 일본이 아주 오랫동안 극단적인 저금리 정책을 실행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뭇 놀라운 부분입니다.
기업 내부적 요인에서 마지막으로 꼽고 싶은 부분은 [B-4]상당히 개선된 주주 친화성입니다.
객관적으로, 일본은 투자하기 ‘편한’ 나라가 아닙니다. 언어의 장벽도 심각하며, 100주 주문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주식 시장 정책도 감점 요인이고, Cross-shareholding으로 점철된 일본 특유의 거미줄식 지배구조는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 재앙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일본 증시는 지극히 돈의 관점에서 보면 주주 친화적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배당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4배 늘어 2023년 기준 그 규모는 6,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배당수익성의 경우에도 미국의 수준을 상회하는 2%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일본 주식 시장 내 자본의 과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단히 환영할 변화라는 점에서, 일본 기업은 분명 더 매력적으로 변모했습니다.
다음으로 일본 증시 견인 요소 중 마지막 카테고리인 [C]시장 외부적 요인 중 단연 가장 중요한 요인은 [C-1] 안정적인 저금리입니다.
저금리는 소위 ‘아베노믹스’의 상징이자, 황금기 이후 일본을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통화정책입니다. 아베는 낮은 금리를 통해 장기적인 국가적 불황과 디플레이션에서 일본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일단 대차대조표부터 키우고 보자는 거였죠.
아베 내각의 목표는 2% 인플레였습니다. 다만 그 성과는 그의 재임 기간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정말 지독한 뚝심과 함께 말 그대로 ‘무조건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했습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왈가왈부가 많았고, 그 정점이 되었던 것은 COVID-19 이후 회복 과정에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분위기에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을 시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 일본 증시의 훈풍은 이 ‘디커플링’에 막대한 수혜를 입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많은 외국인 자본이 전세계 선진국 중 유일한 ‘cheap money’의 나라에 몰렸으니까 말입니다.
낮은 금리를 근거로 시장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금리 정책의 기습적 변화입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일본은 조금 자유롭습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263%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가짜 예수의 말이 노출된다면 어떨까요? 예컨대 곱게는 “고전 100권 읽으면 인생 무조건 바뀐다” “심리학을 알면 연봉 10억 찍는다”부터 독하게는 “내 컨설팅 안받고 사업을 하는 애는 문제 있다” “제 성공의 정수가 담긴 이 책 하나면 당신은 새롭게 다시 태어납니다”, 살짝 장르를 비틀면 “xxx코인 투자하면 인생 바뀐다” “xxx 섹터 3년 내에 100배 간다”… 모두 사기꾼 가짜 예수들의 말이지만, 삶의 피로에 이성이 지친 상태에는 누구나 현혹될 수 있습니다.
둘째, 시장을 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할 지식인 집단이 그 기능을 거세한 채 성공 포르노 산업에 복종하고 있습니다.
요즘 책 팔고 싶은 교수들은 출간 일정 확정되면 곧바로 성공 포르노 유튜브로 달려갑니다. 사실 애초에 책을 쓸 때부터 책 전체의 품격보다는 좋게 말하면 대중 친화적 메시지 전달, 솔직히 말해 다분히 포르노적인 성격 강화에 집중하기에 곧장 그쪽으로 홍보하러 꼬리 흔들며 뛰어가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단히 합리적입니다. 가뜩이나 한국은 교수들 월급도 높지 않은 실정이니, 연구자가 대중서를 일년에 한두 권씩 다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행보가 성공 포르노 업자들의 권위를 향상해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수님들에 대해 약간 독설하긴 했지만,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을 뿐 해당 문제는 전체 지식인 사회에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그러한 지의 여부는 제가 알 길이 없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한국 지식인 사회의 비판 기능은 적어도 대중서, 특히 자기개발서에 대해서는 완전히 마비되어 있습니다. 장르가 달라서 그렇다기엔 성공팔이들의 전문지식 오용이 활성화된 역사가 이제 꽤 깁니다. 물론 다들 본인 책 쓰시느라 너무 바쁘셔서 그러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정말로 세상 어딘가 절대적인 성공의 원리가 있다면, 저도 간절히 알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마 그런 것은 없을 겁니다. 만약 양아치 성공팔이가 아니라, 진짜 엄청나게 성공한 인물인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혹은 성 프란체스코나 달라이 라마 같은 종교적 지도자가 어떤 답을 말한다면 그것은 답이 될 수 있을까요? 도움이야 훨씬 되겠지만 절대적인 답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엔 우리네 삶이 너무나 반(反)직관적이고 다면적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삶의 그러한 면면에 대처하려 분투하는 인간의 모습에 그 고귀함이 뿌리내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있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을 우롱하는 성공 포르노를 혐오합니다. 힘든 시대가 만든 괴물인만큼 단기간에 퇴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사필귀정의 원리가 그들을 단죄하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성공 포르노 산업_가짜 예수 비즈니스
지금 한국 서점과 유튜브에는 가짜 예수가 4열 종대로 앉아번호로 연병장 열 바퀴입니다. 그들은 각각 적게는 수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의 추종자를 몰고 다닙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대개 제 욕망을 못이기고 알아서 자폭하지만 그 공백은 곧 다른 가짜 예수로 채워집니다. 정말, 세상은 어쩌다 요지경이 되었을까요?
바야흐로 성공 포르노의 전성시대입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슬슬 폭발의 조짐을 보이던 성공 포르노는 코로나 이후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성공 포르노란 간단히 말해 “이것이 성공의 비밀이다”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으로 사람들을 유인해 그들에게 돈을 긁어내는 사업입니다.
초기 성공 포르노는 미신적/주술적 성격이 강했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더 시크릿>입니다.
<더 시크릿>의 내용을 보면 이게 자기계발서인지 사이비 교주가 출간한 유사과학 서적인지 구분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책의 시그니처인 그 유명한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 그 방점을 찍습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우주에는 고도로 발달한 인류의 기술로도 관측할 수 없는 무엇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생각에 따라 어떠한 에너지를 끌어당긴다는 이론입니다. 해괴합니다. 그러나 해당 이론은 오랫동안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책의 전성기에는 소위 식자라는 사람들마저도 해당 이론을 언급하는 일이 꽤 잦았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초기 성공 포르노의 내용이란 게 주장만 쏙 빼놓고 보면 보통 그럴싸하고 듣기 좋지만 별 매가리가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공허합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주장에 굳이 애써 딴지를 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주장만 쏙 빼놓고 보면 그냥 그렇게 살라고 해도 크게 유해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성공 포르노의 주장은 모두 그 근거를 따지고 들면 죄다 “어느 날 개가 알을 낳았는데 거기서 고래가 나왔어요” 수준의 들을 가치가 하등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 주장만 놓고 보면 의미는 없지만 크게 유해하지 않은, 그야말로 하찮은 것들이었기에 ‘끌어당김의 법칙’의 설파는 반대파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될 뿐 사회적 우려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성공 포르노는 <시크릿> 시대의 것에서 한층 더 진화했습니다. <1>포장은 더 그럴싸해졌고, <2>가스라이팅 방식은 더욱 체계적으로 구축되었습니다.
한국 성공 포르노의 포장 측면에서의 진화는 [1]가짜 전문지식의 활용 방식과 [2]창작 에피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1]가짜 전문지식의 경우, 원래부터 성공 포르노의 클래식한 대중 기만 전술입니다. 방법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어차피 전문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무니 그냥 대충 유명 학자, 유명 서적의 내용 중에 괜찮아 보이는 문장 몇개를 어디서 긁어온 다음 구체적 맥락 없이 그 문장만 책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는 것입니다.
또는 애초에 학자가 성공/행복 등을 위한 포르노 성격이 강한 목적으로 저술한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경우 서로의 목적이 합치하므로 더더욱 인용이 편리합니다.
전문지식의 활용 면에서 성공 포르노 산업이 진화한 부분은, 물리학 등 본인 주장과 상당히 동떨어진 분야에서 그 근거를 무리하게 빌려온 구세대 성공 포르노와 달리 ‘가짜 전문지식’을 만들 때 심리학, 뇌과학, 철학, 경영학, 경제학 등 뭔가 성공과 진짜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학문을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성공 포르노는 여전히 이전과 동일하게 너무나 공허하고, 때로는 다분히 악의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활자들의 묘지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최근 채택한 ‘있어 보이는’ 학문들, 특히 심리학과 뇌과학이 제공하는 그럴듯함은 성공 포르노 업자들에게 이전 세대 이상의 권위를 안겨주었습니다.
다음으로 [2]창작 에피소드는, 자신의 목적에 합치하는 일화를 지어내서 그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인 양 활용하는 일입니다.
저는 창작 에피소드 전략의 도입이 성공 포르노 업계 역사상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에피소드는 그들에게 컨텐츠 생산 효율성의 획기적 개선과 대중의 전례 없는 신뢰를 안겨주었습니다. 저는 그들이 처음 이게 먹힌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느꼈을 짜릿한 우월감에 대해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모 선배는 전국 Top 2로 꼽히는 과학고등학교에 최우등에 준하는 성적으로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에게는 과학고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았고, 2학년 시기에 학교를 자퇴한 뒤 3년 동안 롤만 하며 폐인처럼 지냈습니다.
완전히 망가진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것은 집안 어느 날 집안 책장에서 우연히 스키너의 책을 발견한 일이었습니다. 그날 선배는 책에 언급된 도구적 조건형성 이론에 감명을 받고 지금껏 자신이 ‘부적 처벌’로 인생을 망쳐왔다는 사실을 반성하고 이제부터 ‘정적 강화’ 방식을 삶의 방침으로 삼겠노라 다짐했습니다.
그후 그 선배는 1년 만에 서울대학교 공대에 진학했고, 재학 중 창업에 성공하여 수백억 대 매출을 일군 뒤 엑싯까지 성공해 지금은 수백억 대의 자산을 일구었습니다.
그 선배를 엑싯 직후 만났을 때 제게 해준 말은 지금도 제 행동 원칙으로 남아있습니다. “xx아. 너를 관리할 때든 직원을 다룰 때든 이건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성장은 처벌이 아니라 포상으로 이루는거다.” 그 이후 3년 동안 제 연봉은 20배 뛰어 작년에는 10억을 넘겼습니다.
상기한 모든 내용은 제가 방금 즉석으로 지어낸 내용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어떠한 출처도, 증빙 자료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내용을 <부의 갓길을 달리는 슈퍼 대각선주행자>라는 이름의 자기개발서에 삽입했다면 대부분은 제대로 의심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누가 증빙을 요구하면 프라이버시 이슈로 어렵다는 답변만 남기면 됩니다. 어느 정도 인지도만 확보했다면 대중을 기만하기란 이토록 쉬운 일입니다.
다음으로 <2>가스라이팅은 최근의 성공 포르노 산업이 특히 유독한 이유입니다.
비교적 상냥했던 과거의 <더 시크릿>과 달리 지금 한국의 성공 포르노는 말 그대로 꾸짖는 사업, 가스라이팅 사업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계몽’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표현 방식이야 다들 다르겠지만, 주장의 요지는 모두가 동일합니다. 요약하면, “이 무지몽매한 것들아. 성공의 비밀을 모르는 너네가 참 답답하다. 애들이 이걸 몰라요. ‘법칙’이라는 것이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는데, 너희들이 이렇게 패배자처럼 빌빌거리고 있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정말 너네는 이래서 안된다”가 그들이 전달하는 내용의 정수입니다. 그리고 이 기나긴 훈장님 말씀의 끝, 그 결론은 늘 “그러니 내가 추천해주는 책 읽고 내 책 사고 내 강의 사고 내 컨설팅 받아라”는 금과옥조 같은 내용으로 귀결됩니다.
‘더 있어 보이게, 더 가학적이게’ 이것이 지금의 성공 포르노 업자들이 대중을 현혹, 세뇌하고 가학하여 돈을 갈취하는 진화한 방식입니다. 이는 명백하게 비도덕적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비판의 목소리에 관계없이 승승장구를 이어갑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걸까요? 그 정답은 누구에게도 없겠지만,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지금 시대는 가짜 예수가 판치기 최적의 환경입니다.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비밀에 대한 미신적 믿음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현실에 만족하는 인물은 드뭅니다.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점점 소속한 계층을 고착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일반적인 방식으로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삶에 불만족하는 이들은 마스터, 메시아를 원하게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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